덕암 칼럼 달아 달아 붉은달아
2026.03.07 12:03:19
어제는 새해 첫 보름달이 전국에서 볼 수 있도록 제 위치를 지켰다. 개구리가 입을 뗀다는 경칩을 이틀 앞둔 정월 대보름의 밤 하늘은 1990년 이후 36년 만에 다시 뜨는 붉은 달이었다.
당초 토끼가 방아를 찧던 하얀 달이 아니라 붉은색으로 물든 이유는 개기월식 때문인데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직선으로 정렬되면서 지구가 달로 가는 태양 빛을 가리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보통 월식은 매년 1-2회 정도 일어나지만 개기월식은 2-3년에 한 번꼴로 아주 드물게 볼 수 있고 정월 대보름과 겹치는 이번 개기월식은 평생 한 번도 보기 힘든 기회라고 한다. 그런 기회에 독자님께서는 어떤 소원을 비셨을까.
사람은 돈이 많으나 적으나 높은 지위에 있거나 없거나,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현재 보다 더 나은 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과하면 욕심이고 적절하면 의욕이며 이득만 생각하면 사리사욕, 바랄희 바랄망 바라고 바라는 걸 보고 희망이라고 한다.
중간에 끊기면 절망이고 포기하면 실망이다. 크게 바라면 대망이고 작게 바라면 소망이다. 그렇게 바란다는 것은 어떤 식이든 표출되기 마련인데 교회 가면 기도해서 바라고 절에 가면 염불해서 바란다. 이미 이런 바램은 수천년 전부터 행해져 왔다.
하늘에 기도를 하는 천제, 산에 기도하는 산실령제, 바다에 기도하는 용왕제, 어디 그 뿐인가. 과거 할머니께서는 뒷마당 장독대 위에 정한수 떠 놓고 출셋길 떠난 자식들의 무운장구와 전쟁터 나간 자식들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첨단 과학이 문명의 극치를 달리고 있지만 고위급 정치인이나 수능을 앞둔 어머니들의 간절한 기도나 무당이 펼치는 굿판은 여전하다.
이쯤하고 어제 독자 님께서 기도를 하고 말고는 모르지만 적어도 남들이나 공영방송에 개기월식이 간만에 펼쳐 진다고 했으니 나름대로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바램이 있지 않았을까.
99개 가진 사람이 1개만 더 채워서 100개를 이루고 싶은 욕심이나 1개 밖에 없지만 반 개씩이라도 나눠서 주린 배를 함께 하려는 배려는 세상사는 사람들의 각자 모습이다. 2026년 3월 4일 현재 우리는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가.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집중 포격을 날리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폭격으로 떼죽음을 맞이했다.
양측은 이제 서서히 인명 피해가 증가하고 군사적 거점에 대한 대대적인 폭격과 함께 거대한 중국이나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잡아갈 때처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체포 하루 전날만 해도 중국의 2인 자가 방문하여 서로 형제국처럼 의를 다진 바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개입이나 간섭도 하지 못하고 멀거니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 국제 정세의 현주소다. 일명 악의 축이라며 군사 대국 미국의 대대적인 공습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만큼 대단한 위력이었다.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말 안해도 알지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해당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굳이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트럼프가 강조하는 것처럼 대대적인 자국민 학살이나 장기적인 독재로 체체를 유지하려고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시험 발사하는 국가가 해당 된다. 이란도 자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했으며 심지어 인터넷 사용까지 막았다.
지구상 유사한 나라는 이제 한 곳 뿐이다. 이란의 호메이니가 미사일 30발에 가족까지 사망한 것처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기도는 이럴 때 하는 것이다. 살고 싶은 간절함, 수천만 국민들을 서슬퍼런 억압과 장기독재로 몰아온 정권이라면 다음 차례는 불 보듯 뻔하다.
어쨌거나 설날 이후 처음 맞는 보름날로 정월 대보름달은 북한에도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에도 뜬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바라는 희망은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 지금쯤 전쟁고아로 남아 사망한 부모를 찾는 아이들의 울부짖음을 지구 반대편에서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불과 80년 전만 해도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지금이야 살만하지만 언제 또 다시 같은 일이 번복되지 말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건 지금은 잘 먹고 잘산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15일 동안에는 빚 독촉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옛날에는 큰 축제였다.
부럼,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복쌈, 김과 취나물 같은 묵은 나물 및 제철 생선 등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소원을 빌었다. 다양한 민속놀이도 행해졌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 다시 해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미래가 염려된다.
먹는 풍습으로는 설날 아침에 떡국을 먹듯이 정월 대보름에는 만사형통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며 아침 일찍 부럼을 나이 수만큼 깨물어 먹는 관습이 있다. 이 밖에 풍등, 석전, 낙화놀이, 쥐불놀이, 달집 태우기 등이 있는데 점차 흐려지고 잊혀지며 우리네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밖에 강강술래, 사자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 줄다리기, 차전놀이, 영산 쇠머리대기, 고싸움놀이, 지신밟기 등이 있지만 소중한 문화유산이 보존, 승화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돈 되는 일에만 치중하고 뭐가 소중한지 모르는 현실이 후손들에게 물려 줄 것은 돈 뿐일까.
이래서는 안된다. 전 세계 각국의 자국 문화가 있는데 우리 것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청천 하늘에 붉은 달이 뜬 것은 어떤 신호일까 중동에 피바람이 불고 같은 시각 한국은 쥐불놀이 붉은 불통이 돌아간다.
지난 1950년 6월 26일 오전 4시 한국은 폭탄이 터져 괴성 소리를 지를 때 같은 시각 브라질 운동장에서는 축구 개막전으로 함성이 퍼졌다. 어떤 식이든 한반도에 더 이상 불행이 번복되지 않기를 빌었다.

김균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