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사랑의 밥차, 정부가 나서야 한다.
2026.01.13 08:13:43
지난 11일 강원도 지역 체감온도 영하 30도를 웃도는 매서운 한파가 전국적으로 한반도를 기습했다. 전국 어디서나 냉기류를 피할 수 없는 추위는 돈 없고 힘든 서민들에게 더 없이 가혹한 환경으로 와 닿았다. 특히 먹고 자는 걱정을 해야 하는 경제적 약자,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서류상 부자는 갈 곳이 없다.
사흘 굶어 담 넘지 않는 자 없다 했다. 사람이 굶어도 밥 먹을 곳이 없으니 밥 준다는 곳에 죽기 살리고 줄을 서게 되는 것이다. 그 밥조차 사 먹을 돈이 있다면 몇 시간을 한파에 시달리며 줄을 설까. 필자는 현재 여의도 국회에 의원들 중 한 명이라도 무료급식 줄에 서 있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라고 설 사람은 없겠지만 입으로만 서민이 어쩌고 민생이 어쩌고 하며 시장판 돌아다니거나 어묵 몇 개 먹고 기자들한테 둘러싸여 사진만 찍고 가는 인간들이 진정 서민들의 아픔을 알까. 오래 전 약 9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경기도 상록수역 앞에 대형 웨딩홀을 운영할 때였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흔한 자장면을 주메뉴로 수익도 올리고 서민들 배도 채울 궁리를 한 적이 있었다. 기존 업계로부터 비웃음도 샀고 고객들의 호응도 예상보다 못했지만 몇 달이나 조리법을 연구하고 실제 판매를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주민센터 반경 500m 이내 분점을 개점하여 지금의 키오스크를 적용, 최소한의 인건비로 수 백 개의 프렌차이즈를 구상했었다. 그 시스템이 완성되면 적어도 굶주림에 인간성을 상실하는 일을 없게 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었다. 물론 자본의 부족과 인력의 한계로 1년도 못가 포기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 일이었다.
필자의 지갑도 털어서 먼지 밖에 날 게 없지만 오는 16일 대구시 동구 신암1동의 취약계층에 난방용 등유를 전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리더당 1,200원 100 리터 면 12만원이고 일반 가정에서 몇 일은 따스하게 보일러를 피울 수 있는 양이다. 지갑을 뒤져보니 익숙한 만원 짜리 20장이 들어있어 그 중 12만 원을 보냈다.
마음까지 훈훈하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이지만 한 겨울 잠시라도 춥지 않게 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부란 기부를 명분 삼아 후원금을 가둔 다음 그 돈을 어디에 얼마를 전달했는지도 모를 검은 기부가 문제다. 제대로 전달된다면야 기부해도 흐뭇할 일이다.
사실 기부란 기부자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자기 만족의 영역이지 반드시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생색 낼 일도 아니다 그래서 인가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고 마태복음 6장 3절에 기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렇듯 공론을 통해 생색을 내는 것 필자의 아둔한 생색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기부문화에 익숙해 질 수 있다면 그 욕,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어제도 경북 대구에서 한파 속에 300m나 줄을 선 무료급식 밥차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대구 두류공원에서 어르신들이 사랑해 밥차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당시 아침 최저 기온이 연일 영하권을 기록한 날이었다.
배식 시간은 오전 11시 40분. 30분 전부터 추운 날씨 탓에 제자리에서 발을 바꿔 딛거나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허기짐은 그 어떤 정치인도 살펴 주지 않는 현실이다. 물론 선거 때가 오면 웃으며 손을 내밀겠지만 그런 비굴함이 수 십 년 번복되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대구에서 22년째를 맞는 두류공원 사랑해 밥차는 매주 화·목요일 무료 급식을 한다. 1번에 1천 인 분. 미역국과 쌀밥, 소시지와 두부조림이 전부지만 물가가 오른 상황을 감안하면 이것도 감지덕지다.
사랑해 밥차 대표는 어르신들에게 밥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그 주를 버틸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기반이라며 후원은 지난해보다 30%가량이나 줄었다고 말했다. 한 끼를 걱정하는 서민들에게 경기도 안산에서도 기운차림 식당 나눔의 현장이 지금도 운영 중이다.
언제 문 닫을지 알 수 없는 어려움, 한 끼에 1,000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 어디 그 뿐일까. 지난 3월 발생한 영남 지역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을 때, 안산지역 민간단체인 펀 리더십의 심부름으로 만원짜리 50장이 든 봉투 40개를 들고 안동, 의성, 청송의 산골짜기를 헤집고 다니며 2,000만 원을 전달한 적이 있었다.
경운기는 물론 오토바이와 자전거까지 죄다 타버려 승용차가 겨우 다녔던 현장은 참담한 그 자체였다. 어제도 의성에서 다시 산불이 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불안함이 엄습했다. 강풍에 유난히 추웠지만 다행히 약간의 눈이 내려 잔불까지 전화되었다는 소식을 다음 날 들을 수 있었다.
세금을 거뒀으면 급한 곳, 필요한 곳, 사람이 살아야 할 생존의 문제가 걸린 곳부터 써야 한다. 지역별 주민자치센터에 무료급식 센터를 설치하여 가장 기본적인 반찬과 국이라도 제공하는 일이 우선이다.
여학생들이 사용할 보급형 생리대, 품질이 조금 낮더라도 보급형 화장지, 전화기 기본요금 정도는 정부가 내 줘야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대에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려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진정 내 나라 내 국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간절한 배고픔과 추위 정도는 염려해 주는 성군이 되어야 한다. 오늘 글의 결론은 국가 경제도 적색등이 켜지고 국민경제도 한파 이상으로 추위를 타지만 어려운 이웃과 작은 온정을 나누는 사랑의 마음은 식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단전 단수된 어두운 방안에서 배고픔과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아픔을 전화만 기다릴 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를 통해 살만한 나라로 만들어가길 바랄 뿐이다.
극심한 굶주림과 영하 수 십 도의 추위에 얼고 촛불로 번진 화재에 불타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겨본 장본인으로서 그 절실함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기에 동병상련의 공감대로 이 글을 쓴다.
(주)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심수연 기자 bkshim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