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첫날 달리는 사람들
2026.01.11 08:17:05
1월 1일 오전8시 안양천변 체육공원에는 약 3,000여 명의 시민들이 영하 8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행정구역상 양천구 목동에 해당 되는 이곳은 평소에도 늘 시민들이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지근 거리의 명소였다.
섬마을에 사는 필자의 입장에서 경기 시간에 맞춰 도착하려면 새벽 6시에 출발해야 겨우 도착할 거리인데 가는 길목이 시화방조제였다. 오전 7시 이전에 이미 12km 방조제의 갓길은 차량 한 대도 주차하지 못할 만큼 촘촘히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여명의 눈동자들이 모인 셈이다.
그렇게 도열한 차량들을 지나노라면 참으로 사람들이 부지런하구나 싶은데 같은 시간이라도 이렇듯 다리품을 파는가 하면 어떤 이는 차량도 없어 TV앞에서 재야의 종소리를 지켜보기도 한다.
어쨌거나 날은 밝았고 8시 경 겨우 도착한 안양천 변은 형형색색의 유니폼에 어떤 이는 말 모양의 인형을 뒤집어쓴 채 마라톤대회에 참석하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유난히도 추운 날씨에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염려했지만 괜한 오지랖이었다.
초등학생부터 백발의 노인은 물론 젊은 학생들과 전문 마라토너들이 모두 함께 한 어울림의 장이었다. 승부나 기록을 떠나 새해를 맞이하여 체력을 테스트하는 자리기도 했고 또 어떤 참가자는 이한치한 이라며 추울수록 마라톤의 뜨거운 열기로 겨울을 이겨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 천 명의 참가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건강한 국민이 건강한 국력의 바탕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새해 모든 분들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당부했다. 어려울수록 가족 간의 갈등도 심화될 것이고 추울수록 몸도 마음도 위축될까 염려해서였다.
출발준비를 마친 참가자들은 출발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연신 몸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5, 4, 3, 2, 1, 호루라기와 필자가 든 커다란 징이 동시에 굉음을 내면서 와 하는 함성 소리와 함께 수 백 명의 참가자들이 일제히 차가운 겨울 속으로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이들에게는 요즘처럼 복잡한 정치, 종교를 떠나 자신과의 도전, 새해를 멋지게 맞이하려는 의지, 함께 달리는 연인, 친구, 가족들과 활기차게 내닫는 발길은 병오년의 새 출발을 의미하기에 부족함 없었다. 정부가 할 일과 국민이 해야 할 본분이 따로 있다. 대한 생활체육회 총재로서 새해 첫날 국민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모두가 오늘처럼 부지런하고 삶에 대한 열정과 활기찬 모습으로 안양 천변을 달리는 모습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사람사는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몸이 아픈 사람이나 부득이하게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 입장 에서는 이렇게 달리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울까.
반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보자면 신체적 불편이 있더라도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건강함을 얼마나 부러워할까. 누군가 그랬다.
기적이란 시각장애인이 시력을 회복하는 것이고 하반신 마비 환자가 일어서는 것이라고, 우리는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건강한 육체 또는 건강한 정신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재산인 줄 모르고 사는 것이기에 현재의 삶이 불행하다고 스스로 만든 자책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고 잃고 나서야 그 빈자리를 알게 된다.
굳이 비교 우위에서 합리화 하자는 게 아니라 긍정적 마인드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면 충분하다. 하루를 소홀히 살면서 한 달을 기약하거나 1년의 계획을 짜본들 무엇할까. 실천하지 못할 계획은 망상에 불과하다.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모두 기적이고 축복이며 감사의 여지가 넘친다는 점을 느끼면 행복한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구중궁궐같은 저택에 최고급 호화사치를 한들 그 행복의 만족감, 과연 얼마나 갈까. 필자는 감히 바래본다.
오천만 국민 모두가 여명을 향해 차가운 겨울 바람속을 헤쳐 간다면 그 용기, 그 각오, 그리고 그 발걸음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이번 새해 일출 런, 마라톤 대회를 통해 또 한 번 대한민국 국민들의 열정과 살아있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몇몇 정치인들이 쥐락펴락할 나라가 아니다.
비록 일시적으로 행정을 맡겨놨지만 도가 지나치게 못하면 언제 어떤 식으로 쫒겨 날 지 장담할 수 없는 자리다. 하루가 다르게 연일 정치인들의 비리가 불거지면서 민망할 정도로 내용이 저급하다. 돌이켜 보건대 지난 총선 때 이구동성으로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큰소리친 것이 불과 1년 반 전이다.
단 한 사람도 말 뿐이지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 자라는 아이들과 예민한 청년들의 눈이 무섭지도 않고 부끄럽지도 않은 것인지 되묻고자 한다. 그러니 대한민국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 지수가 전 세계 167개국 가운데 155위를 기록하는 것이고 정치권은 114위, 정부는 111위를 기록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연봉 1억 5천 만원 대비 가성비가 얼마나 될지는 의원들 스스로 에게 물어보면 안다. 지금 같은 근무실적을 금액으로 지급한다면 얼마가 적당할지를, 필자의 견해를 어필하자면 최저임금도 많다고 본다.
온갖 특혜를 다 누리면서도 그것도 모자라 보좌진들이 이판사판으로 까발리는 작금의 사태를 보노라면 차가운 날씨에 마라톤이라도 시켜서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면서 은둔한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함께 동참할 것을 기대했다.
그리고 막대한 예산으로 온갖 명분 만들어 세금 축내는 대한민국의 스포츠 분야를 대대적으로 청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한 생활체육회가 이러한 예산에 손 내밀지 않고도 시민들의 대대적인 참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은 보여지는 그대로 시민 정신이 살아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진정한 국가의 힘은 국민으로 부터 나옴을 보여주는 날 이었다.
김균식 기자
김균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