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선출직 공직자의 일장일단
2026.06.02 13:55:20

공무원을 하려면 정해진 시험과 면접에 합격해야 한다. 간혹 특별한 자격증, 경력 등으로 기술직이나 특수직에 근무할 수도 있지만 선거를 통해 공무원이 되는 경우를 선출직 공무원이라한다.
시험은 아니지만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대표로 뽑혔으니 인정해야 하고 연임은 경력이 붙지만 초선은 가장 늦게 입사한 사람이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인사권, 결재권을 갖고 4년간 사실상 고을 사또나 수령의 위치에서 살림을 살아야 한다. 기초의원, 광역의원도 마찬가지다.
몇 십 년간 해당 지자체의 공직사회에서 청춘을 다 보낸 전문가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당선된 시장, 군수를 모시자니 환경에 적응하려는 준비가 급선무다. 당선자의 나이, 고향, 종교, 취미는 물론이고 측근들은 누구인지 핵심적 책사는 누구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물론 단체장을 잘 살피고 보필해야 지자체 운영이 안정적인 것은 맞지만 내심 잘 보여야 진급도 하고 이러저러한 시책사업이 원하는 대로 갈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당선자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할까. 일단 전임시장의 핵심세력부터 척결한다.
가령 체육회장이라든가 기타 관변단체장, 산하 기관장으로 도시공사 사장, 도시개발 사장, 문화회관이나 청소년수련관장 등 갈아치워야 할 조직의 수장들이 허다하다.
그냥 두었다가는 전임 시장이 낙선할 것을 대비해 심어두었던 사람들의 임기가 아직 한참이나 남았기 때문이며 이들이 버티고 있는 한 단체장의 말발이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한 자리씩 꿰어 차고 있는 사람들이 조직에 끼치는 영향 또한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출직 공무원의 비 전문성은 평소 오랜 기간 근무하며 조직내 고참으로 버티고 있는 국장급이나 기타 요직들의 노하우를 따라갈 수 없다. 선출은 유권자들이 했지만 임기는 당선자가 채운다.
처음에는 허니문기간이 있어 서로 줄대기 바쁘고 인수위가 꾸려지는 순간부터 한달동안 지역의 꽃가계는 대박이 터진다. 시장실을 기점으로 복도까지 길게 진열되니 화분은 수백개를 넘고 요직을 맡은 인사들의 사무실에도 마찬가지다. 딱히 어느 특정 도시만의 일이 아니다.
이쯤하고 입법기관인 의회의 당선자는 더하다. 다수당이 누구냐에 따라 의장선거도 치러야 하고 전반기 의장이 탄생하면 어느날 나타난 평범했던 사람이 끗발이 하늘을 찌른다. 멀쩡하던 사람, 늘 겸손하고 인성이 잔잔하던 사람도 입성 후 6개월만 지나면 전혀다른 사람이 된다.
일단 말투나 음색이나 높이가 저음으로 변한다. 차차 사라진 웃음은 4년이나 지나야 볼 수 있고 여의도 국회에서 본 것은 있어서 시청이나 군청 공무원들 닦달하는 자세는 마치 전쟁을 마친 개선 장군보다 더하다. 호통에 손가락질은 보통이고 심지어 멀쩡한 실무 공무원들을 동네 후배 대하듯 조져댄다.
그러다 때가 되면 의회에 파견되어 근무하던 전문위원, 홍보실 직원이나 기자, 시민단에 대표들을 데리고 해외로 공무를 떠난다. 지금이야 다소 수그러졌지만 과거에는 그래야 모두 코를 꿰어 조용하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서 태극기(?)를 꽂는 긍지와 자부심은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일까.
적어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처음 지방의회가 출범할 때 봉사직이었다. 그러다 급여가 생기고 권한이 늘어나고 점차 관련 조례를 통해 공직사회에 개입할 수 있는 폭이 넒어지자 지금처럼 치열한 경쟁이 생긴 것이다. 다행히 4년이란 임기가 정해졌으니 망정이니 그마저 없었으면 왕 노릇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
4년 임기에 선택만 받으면 계속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5년 단임제로 한번 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제도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사람의 욕심이란 처음부터 생기는 게 아니라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왕과 대통령의 차이점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왕은 자식에게 까지 대를 이어 물려주니 왕손이 끊길까봐 후궁을 두고서라도 임금의 씨를 보존하는 것이 당연한 것 이었다. 군주체제는 정책의 일관성이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러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왕권 찬탈전이 끊이지 않는 것이었고 역모는 3대를 멸하는 형벌에 처해졌다.
왕은 왕답게 근엄하고 백성을 위하는 덕정을 펼쳐야 한다. 그래서 고관대작들이 충성으로 주군을 모시고 지방마다 고을 수령의 부패를 막기 위해 암행어사를 두기도 했다. 지금이야 감사원이 그 역할을 대신 하지만 감사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21세기 민주주의가 낳은 단임제 대통령, 그마져도 한국은 역대 대통령치고 임기를 무사히 마치거나 퇴임 후에도 안전하게 노후를 보내는 대통령이 드물다. 국민이 뽑아놓은 대통령도 근거없는 낭설로 광풍을 만들어 일단 파면이나 탄핵을 몰아붙이고 감옥에 수년간 처 박았다가 출소해도 딱히 죄를 물을 만한 내용은 없었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선출보다 다시 끄집어 내리는게 당연한 세상이 됐다. 신하들은 평소 임금한테 잘 보이려고 온갖 감언이설로 간신 짓을 하다가 수세에 몰릴 만하면 죄다 안면 몰수해서 저 살기 바쁘다.
걸핏하면 국민을 입에 달고 살며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고 하지만 정작 국민은 세금내기 벅차고 과거 조선시대 보다 더 나을 일이 없다. 왕이 왕 답지 못하고 지방고을 수령의 일까지 죄다 간섭하는가 하면 외국과의 교역에도 불필요한 말로 국익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 있다 없다고 단정지을 시기가 아니기에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경찰서 형사과에서 해야할 일을 서장도 청장도 법무부장관도 아닌 대통령이 나선다면 그것 또한 할 일이 아니며 시청의 단속반이 해야 할 일을 도청이나 행안부까지 무시하고 나서는 것도 중간의 모든 관계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고양이는 아무리 울어도 호랑이 소리가 안 난다. 부정선거도 선거고 이 또한 국민들의 선택이라면 선택이디. 오늘 선거는 하나 뿐인 국민의 권리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권리를 논할 권리조차 없다.
덕암 김균식
김균식 기자


